‘야영의 천국’ 리투아니아의 호수 여행… 숲과 산새와 잔잔한 물소리의 환상적인 조화 

빌뉴스= 글 · 사진/ 최대석 자유기고가 chtaesok@hanmail.net 

리투아니아는 야영의 천국이다. 최근 리투아니아 북동부에 자리잡은 아욱쉬타이티야 국립공원에 현지인들과 함께 2박3일 야영을 다녀왔다. 유럽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는 평야, 구릉 등으로 이뤄져 산이 거의 없다. 가장 높은 산이 고작 294m이다. 산이라기보다는 그저 큰 언덕이다. 하지만 강과 호수가 도처에 흩어져 있다. 길이가 10km 넘는 강과 시내가 758개, 면적이 0.5ha를 넘는 호수가 2830개에 이른다. 특히 아욱쉬타이티야 국립공원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강이나 시내 또는 개천 등으로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 호수와 호수를 이으며 유유히 흐르는 시냇가의 울창한 숲 속엔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이 끊임없이 들린다.

이 호수 저 호수로 옮겨다니며… 

울창한 숲을 함께 지닌 이 지역은 리투아니아를 ‘호수의 나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여름철 이 지역은 해수욕장 못지않게 삼림욕과 호수욕을 즐기면서 야영하는 사람들로 몹시 붐빈다. 산악지대의 계곡에서는 아찔하고 격렬한 래프팅을 할 수 없지만 노를 저으며 이 호수 저 호수로 옮겨다니면서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야영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 5일 근무를 마치고 주말을 이용해 뱃놀이 야영을 즐기는 직장 동호회도 많다. 기업의 단합대회 장소로도 활용된다. 

이번에 함께한 동아리는 언어가 다른 민족간 상호 이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에스페란토를 쓰는 사람들의 모임 ‘유네쪼’다. 이런 행사는 해마다 치러지는데 올해가 38번째이다. 참가자들은 30~40대로 국회의원, 펀드매니저, 번역사, 교사, 건축설계사 등이다. 보통 이곳의 야영지는 문명의 세계와 거리가 멀다. 식당이나 가게가 몇km나 떨어져 있다. 따라서 먹을거리들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2박3일을 호수와 숲 속에서 지내려면 개인 준비물이 여간 무겁지 않다. 초여름이라 리투아니아 숲엔 낮에도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 어디서 사람 냄새를 맡았는지 순식간에 모기떼가 몰려와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끝없이 공격해온다. 밤 10시가 넘어도 서쪽 하늘은 어두워질 줄 모른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이들의 그윽한 노랫소리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내리 비치는 달빛과 어울려 영혼 깊숙이 와 닿았다. 

다음날 아침 실개천으로 서로 이어져 있는 호수의 두 섬 안으로 빠져 들어가니 아주 작은 또 다른 호수가 나타난다. 군데군데 쓰러진 나무로 인해 어렵게 실개천을 따라 아담하고 잔잔한 호수에 들어오니 꼭 어머니 뱃속에 들어온 듯 평화롭다. 생일을 맞은 참가자들을 위한 즉석 축하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를 서로 묶어 둥글게 만든 뒤 축하와 선물을 받고 간식을 먹는다. 야생화 화관을 비롯해 즉석에서 생각해낸 기발한 선물들이었다. 어떤 이는 카메라 필름통을 선물로 주면서 나중에 열어보라고 말한다. 그 안에는 알사탕이 들어 있다. 어떤 이는 놀려주기 위해 밑에 살짝 구멍을 내놓은 캔맥주를 주기도 한다. 야영 행사의 절정은 바로 새내기 신고식이다. 기존 참가자들은 첫 참가자들에게 여러 짓궂은 과제를 주고, 과제를 잘 마치면 호수의 물을 머리 위에 듬뿍 뿌리는 것으로 끝난다. 

리투아니아인들의 주말이 부럽다 

이렇게 2박3일 동안 호수 11개와 시내 및 개천 8개를 통과했다. 잔잔한 호수, 풍랑 이는 호수, 기다란 호수, 작은 호수 등 다양하다. 잔잔하고 긴 호수를 건널 때에는 하모니카와 기타가 단조로운 철썩 소리를 대신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좁고 물살이 센 시내에는 여기저기 겨울에 덮인 눈을 이기지 못해 넘어진 전나무나 비버가 갉아 넘어뜨린 나무들이 가로놓여 있다. 이를 헤치고 지날 때면 등에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된다. 하지만 고요한 시냇물을 따라 떠내려가면서 듣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모든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청둥오리가 앞서 날면서 길을 안내해주는 듯했고, 우아한 백조도 다가와 환영해주는 듯했다. 달이 둥실 떠 있는 하늘 아래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선 성스러운 참나무에 모두 손을 대고 각자의 소원을 빌 땐 신비감마저 들었다.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일손을 놓고 호수나 숲을 찾아 자연과 밀착해 살아가는 리투아니아인들의 삶이 몹시도 부러웠다. 

* 이 기사는 한겨레21 제514호 2004년 6월 24일자로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