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니 카우피넨] 핀란드 농부, 휴가비에 룰루랄라

빌뉴스= 글 · 사진/ 최대석 자유기고가 chtaesok@hanmail.net

“핀란드 농부는 휴가비까지 지원받는다.” 

핀란드인 농민인 온니 카우피넨(50)은 첨단 선진 농민의 빛과 그늘을 잘 보여준다. 얼마 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농업박람회에 참석한 그에 따르면 핀란드 정부는 농부의 연간 휴가 25일을 전액 지원한다. 정부는 또 고용된 인부의 연간 125시간의 노동시간 비용을 농부와 반반씩 나눠 부담한다. 즉, 그가 휴가를 보낼 때 그를 대신해 농사일을 할 인부에게 정부가 임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그 인부도 관청에서 알선한다. 이런 정부 지원 덕에 해마다 느긋하게 해외여행을 즐긴다. 

정부 지원이 있어 좋긴 하지만 성가신 신고 의무도 많다. 젖소 수뿐만 아니라 이들의 신상변동과 관련해서도 일일이 관청에 신고해야 한다. 가령 젖소 새끼가 태어난 뒤 4일, 젖소가 병이 든 뒤 10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제때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 350유로를 물어야 한다. 아내가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는 바람에 경황이 없어 제때 신고를 못했더니 800유로를 물어야 했다. 심지어 경작하는 곡물과 규모도 낱낱이 신고해야 한다. 가끔 관청에서 위성사진을 찍어 실지 경작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농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500km 떨어진 그의 농장은 45ha 초원과 45ha 숲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혼자 이 넓은 농장을 단지 네대의 트랙터로 경작한다. 그는 젖소 50마리를 길러 우유와 고기를 파는 한편, 사료용 귀리와 보리 등도 경작한다. “내가 젖을 짜는 것이 아니고 젖소들이 스스로 자기 젖을 짠다”는 그는 길이 든 젖소는 젖이 일정량이 되면 착유 로봇에 다가가 스스로 젖을 짠다고 말한다. 그는 “기계화와 전산화 덕분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을 한다”고 덧붙인다. 

그의 요즘 걱정은 최근 동유럽 등 10개국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따른 치열해질 농업 경쟁의 거센 파고다. 핀란드는 1995년 EU 가입 전에는 쇠고기 1kg에 4유로를 받았으나 지금은 1유로밖에 못 받는다. 그래도 휴가비까지 지원받는 핀란드 농민들은 농산물 개방 압력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한국 농민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 이 기사는 한겨레21 제512호 2004년 6월 10일자로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