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만타스] 아파트를 탈출한 ‘타잔’

빌뉴스=글·사진 최대석/ 자유기고가 chtaesok@hanmail.net

영화 속의 ‘타잔’과 흡사한 인물이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다. 알기만타스 아르치마비추스(61)는 벌써 30년째 울창한 숲 속에서 살고 있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인 카우나스에 있는 자신의 안락한 아파트를 버리고 겨울철에는 지하벙커에서, 여름철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만든 움막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전에 그는 재봉사 일을 했다. 하지만 도시의 소음과 먼지, 냄새 그리고 소란스런 대화와 만원버스 등이 싫어 쉬는 날이면 늘 배낭을 메고 자연 속을 헤맸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많은 호수로 유명한 이그날리아 지역 도보여행에 참가한 뒤 그는 자연에 완전히 매료되어 도시생활을 청산했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숲 속 등장은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이 이방인을 노숙자나 마약복용자로 여겼다. 심지어 마을 술꾼들은 그를 찾아가 술친구가 돼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당장 이 이방인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그는 여러 차례 경찰서에 불려가 절도나 살인 혐의자로 추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곤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숲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야생생활을 즐겼다. 또 동물들도 그를 잘 따랐다. 다람쥐와 담비가 소나무 꼭대기에 만든 그의 움막에 함께 둥지를 틀고 살기도 했다. 순록도 소리만 지르면 언제라도 그에게 달려올 정도였다. 그는 순록 등 위에 안장을 얹고 말처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숲 속에 살면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법도 배웠다. 그는 주로 나무열매, 나뭇잎, 풀 등을 먹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비타민C를 대량으로 함유하고 있는 쐐기풀이다. 이 풀은 피부에 닿으면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따끔해 사람들이 아주 기피한다. 그는 이 풀을 뜯어 빵처럼 뭉쳐서 혀에 닿지 않도록 꼭꼭 씹어먹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는 말린 사과꽃잎으로 만든 차다. 

그는 ‘리투아니아 사진작가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초라하지만 자신의 사진전시관을 숲 속에 세워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하나 더 제공하고, 지하벙커에는 사진인화 작업실까지 차렸다. 때로 자연을 주제로 시를 쓰기도 한다. 그는 “숲 속은 외롭지 않다. 금수초목들이 곁에 있고, 물이 흐르고, 새들이 노래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숲 속 생활 체험장을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자연사랑을 가르치고 자신의 경험을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혼자만의 은둔생활을 접고, ‘리투아니아 타잔’을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생활을 시작했다. 

* 이 기사는 한겨레21 제475호 2003년 9월 18일자로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