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8. 17. 15:51

세상에 살다보면 아주 작은 일에도 큰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언젠가 가까운 리투아니아 친구에게 일어난 미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친구는 아내와 함께 낮에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큰 가게에 물건을 사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물건을 사고 아내의 지갑에서 물건 값을 지불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차를 돌리는 순간 아내가 주차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하고 남편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남편은 창밖으로 지갑을 힐끗 보면서 낡은 지갑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라고 하면서 아내의 말을 무시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친구 차와 마주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른 차가 와서 한 운전자가 그 떨어져 있는 지갑을 줍는 장면을 뒷거울을 통해 보았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낡은 지갑을 주운 사람은 우선 지갑 안에 든 내용물을 훑어보았다. 낡은 지갑치고는 너무 굉장한 서류들이 들어있었다.

이 지갑에는 우선 중요한 여권이 있었고, 운전면허증과 차량증명서도 있었다. 그리고 장교인 이 친구의 군인증과 군부대출입증이 있었고, 이중 제일 중요한 총기소유허가증이었다. 또한 한화로 10만원 정도의 현금도 들어 있었다. 이런 서류에도 이 지갑 소유자의 현주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전화번호. 집으로 전화를 하니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국을 통해 그 전화번호의 소유자가 어디에 사는 지를 확인했다.

주소를 확인한 이 사람은 곧장 이 친구 집으로 왔다. 이 친구는 아직 뜰에서 자기 지갑을 잃어버린 지도 모르고 이웃 사람들과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찾아와 잃어버린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 왔다고 하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 순간 호주머니에 지갑을 찾아보니 지갑은 간데 온데 없었다. 바로 그 낡은 지갑이라고 그냥 지나쳤던 그 지갑이 바로 자기 지갑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세상에 땅에 떨어진 자기 지갑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니!

이 친구는 그 사람이 너무나 고마워 무엇으로 사례를 해야 할지 몰랐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런 경우 보통 보드카나 현금으로 답례를 한다. 때로는 돌려주는 사람이 현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지갑을 주운 사람은 웃으면서 아무 답례도 원치 않았다. 떠나면서 남긴 한 마디가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다니!

"언젠가 이런 일이 저에게도 생길 수 있을 텐데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잃어버린 이의 슬픔에 마음 아파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돌려주려고 하는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욱 행복하게 살만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