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11. 14. 07:20

40대에 접어들자 흰 머리카락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 50대 나이에 막 진입하는 데 머리카락이 길면 흰 머리카락이 훨씬 많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열살 딸아이와 함께 서울 지하철을 탔다. 출입문 안으로 막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일어나더니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이잉, 나이로 보나 호적으로 보나 난 아직 할아버지가 아닌데......"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사양했다. 그 여학생은 흰 머리카락이 많은 내 머리를 보고 경로대상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리고 딸아이는 손녀로 오인했을 법하다. 손녀와 나들이하는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고운 마음을 지닌 여학생이었을 것이다. 

한국 체류 중 중간 무렵 집안 형제들이 함께 모였다. 

"너는 이제 머리 염색 좀 하지. 애늙은이처럼 보인다. 딸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염샘 좀 해!"
"난 형들처럼 염색하지 않을래. 있는 그대로 살래."

한국 일정을 다 마치고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공항 출국 휴대품 안전 검사를 다 받고 여권검사를 받기 위해 출입국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미성년자인 딸아이의 여권도 함께 내밀었다.

"외국에 사시나요?"
"예."
"손녀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네요."
"아니요. 제 딸입니다." 
 
이 모두가 외형으로 나타난 내 흰 머리카락이 원인제공을 한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올렸는데 지인들의 반응은 이렇다. 

지인 1: "...... 세월이 지나도 형님 모습은 그리 안변하고 세월을 피해사는듯하네요." 
지인 2: "이젠 백설이 곱게 내려앉았군요. 이젠 만년기자?다운 포스가 느껴지네요......"
지인 3: "초유스님은 진짜 흰머리랑 검은머리 섞인게 멋있어요 ㅋㅋ"


이렇게 이번 한국 방문에 나눈 화제 중 하나가 흰 머리카락이었다. 세월흐름과 신체적 변화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 빠질 수 없는 일이다. 

▲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YTN 해외리포터 연수. "글로벌 코리안" 프로그램 김여진 앵커님과 함께.
 

자리를 양보한 지하철의 여학생,
손녀와 한국을 방문했을 것이라 여긴 출입국 직원,
딸을 생각해서라도 염색하라는 형제들......

그렇다면 유럽에서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들은 염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마르티나(큰딸): "40살로 젊어 보일 테이니까 염색하는 것이 좋겠다."
요가일래(막내): "염색하면 검은 머리가 되고 이는 가짜야. 진짜가 좋아."
비      다(아내): "자연스러운 것이 최상이야. 나도 염색 안해."


이 모든 사람들의 반응과 조언으로도 내 흰 머리카락을 검은 머리카락으로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월따라 변화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내 마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 최근글: 한국 모텔 입구에 쳐진 커튼에 의아한 딸아이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