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8. 16. 03:35

언젠가 학교 일로 폴란드에서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를 갈 일이 있었다. 당시 부다페스트에 가면 늘 에스페란토로 사귄 친구의 집에서 체류했다. 우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내일 아침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는 데 혹시 집에 있을 것인 지를 물었다. 일 때문에 어디 가야하므로 비서에게 집 열쇠를 맡겨놓을 것이니 사무실로 와서 찾아가라고 했다.

폴란드의 크라코브에서 야간 기차를 밤 10시경에 타면 슬로바키아를 지나 부다페스트에 다음날 아침 8시경에 도착한다. 부다페스트 동부역에 내려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니 비서가 받았다. 나는 먼저 나를 소개하고 열쇠를 받으려 갈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 지를 물었다. 사무실은 시내 번화가에 있는 하리스 쾌즈 6번지 1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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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국회의사당 건물)

평소에 내가 잘 다니는 거리 근처에 있어 지도를 보고 쉽게 그 번지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2층에 해당하는 1층에 가보았더니 친구 사무실은 없고 화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랑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쇠창살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물어볼 곳도 없었다. 정확한 번지를 찾았지만, 사무실이 없으니 다소 불안하기 시작했다. 건물 밖으로 나와 잠시 몇몇 거리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전화를 했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다시 한 번 사무실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똑같은 주소였다.

그 순간 내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곳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우리나라의 1층을 땅층(땅위에 바로 접해 있다고 해서)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의 2층부터 1층으로 계산한다. 그래서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습관이 되지 않아 몹시 헷갈린다. 특히 친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땅층이 다른 층보다 훨씬 더 높다. 이 땅층 바로 위의 층을 반층이라 하고, 이 반층 위의 층을 비로소 1층이라 한다고 저녁에 만난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그러니 반층에서 1층에 있는 친구 사무실을 아무리 찾아도 못 찾는 것이 당연했다. 그 건물에선 1층이 우리나라의 3층인 셈이다. 동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층수 계산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 관련글: 고향 같은 부다페스트에서 사기당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