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9. 23. 05:55

큰 딸 마르티나는 지난 7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외할머니는 그 동안 고등학교 졸업할 때 주려고 적금을 들어놓았다. 이 적금(리투아니아 돈으로 2000리타스, 약 1백만원)을 타서 졸업 축하금으로 주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큰 고민없이 마르티나는 미국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금액이 조금 부족하기에 사용하고 있던 노트북까지 팔았다. 

"외할머니가 한 푼 두 푼 모아 선물한 것인데 좀 더 건설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겠니?"
"내 꿈은 미국 한 번 가보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나에겐 최고의 선택이다."

대학생이 되면 유용하게 쓸 데가 많을 것 같은데 미국 가는 비행기표에 홀랑 다써버린다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성년이니 부모 의견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외할머니가 졸업 선물로 거액을 주었으니 부모가 그냥 있을 수는 없는 노롯이었다. 그래서 졸업 축하금으로 미국 여행경비를 대기로 했다.

이렇게 보스톤, 뉴욕, 워싱턴, 나이가라 등지를 2달 동안 여행하다가 어제 마르티나가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 어때?"
"집이 최고야. 그곳에 살고 싶지는 않아. 가는 곳마다 걸인에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냄새나고, 몇 번 속임수도 당했어. 빌뉴스가 조용하고 깨끗하고 참 살기 좋다는 것을 느꼈어."
"미국 대도시에는 그럴 수 있지만 지방에는 빌뉴스보다 좋은 데가 많을 거야. 미국 간 것 후회 안 돼?"
"후회는 안 돼.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한다."



마르티나가 돌아오자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은 바로 요가일래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숙제를 마치자마자 언니를 환영할 그림을 그렸다. 어렸을 때에는 하루에도 여러 장씩 그림을 그리더니 요즘 통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림도 자꾸 그려봐야 내공이 생기는 법인데 말이다.

무슨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했다. 언니가 집으로 오자 공개한 그림이 바로 아래 그림이다.
"Hi!"
"Miss you!"
"Labas!"  
"Muliu!"
"Love you!"


철자 'i'와 느낌표"!" 대칭이 눈길을 끈다. 이제 오는 일요일 언니 마르티나는 영국 유학을 위해 집을 떠난다. 둘 사이의 작별 충격이 커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