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리투아니아 현지인들과 함께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첫날 강을 따라 카누를 타면서 보냈고, 다음날 호수에서 수영하면서 일광욕을 즐겼다. 일행은 대부분 30-40대 연령층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대화를 나누는 중 아내가 말을 꺼냈다.

[오른쪽 사진: 조형물 같은 리투아니아 무인 주유소 (샤울레이 소재)] 

"여자는 그래도 가슴이 좀 있어야 하겠더라."
"난데없이 왜?"
"오늘 비키니 입은 사람들 보니 가슴이 거의 없더라."
"그러게. 아마 모두 미혼이라서 그럴까......"

며칠 후 주유소를 갔다. 리투아니아 주유소는 대부분 운전자가 직접 주유한다. 아내는 무인 주유소를 선호한다. 돈을 내려고 사무실까지 가야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또한 가격이 유인 주유소보다 약간 싸기 때문이다.

우리 집 차 운전은 아내 몫이고, 주유소에서 급유는 나의 몫이다. 우리 차 바로 앞에 고급차 렉서스가 주유하려고 멈추어섰다. 운전석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날씬하고 잘 생긴 젊은 여자였다.

이 여자는 가슴이 보이는 쪽으로 서서 주유하고 있었다. 등을 보이고 주유했더라면 아내의 놀림이 이어지지 않았을 텐테 말이다. 

주유소에 가면 늘 주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주유기 앞부문 색깔이다. 녹색이냐 아니면 검은색이냐이다. 녹색은 휘발유이고, 검은색은 디젤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크게 혼이 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차도 디젤이었다. 어느 날 그날따라 기름통을 가득 채웠다. 주유소가 언덕 위에 있었다. 주유를 마치고 신나게 언덕을 내려와서 오르막길을 오를 때 시동이 꺼져버렸다. 황당 그 자체였다. 아무리 시동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결국 정비소 차를 불렀다. 원인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디젤를 넣어야 하는 데 휘발유를 넣었기 때문이다. 주유할 때마다 주의하는 데 말이다. 그날도 주의한다고 하면서 주유했는데 결과적으로 휘발유를 넣었다. 무엇에 꼭 홀린 것 같았다.

이후부터 더욱 주의한다. 주유하는 앞 사람이 무슨 색의 주유기를 들고 있는지도 유심히 보고, 또한 주유기를 기름통에 꽂아넣고도 무슨 색인지를 다시 확인한다.


이날도 앞 사람의 주유기를 살피느라 자연히 눈의 촛점이 그쪽으로 향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아내는 "예쁜 여자"가 앞에 있으니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한 듯했다. 더욱이 "예쁜 여자"는 한눈에 노브라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 관련글: 생애 첫 주유하는 여자의 서툰 모습 인기

"세상 남자들은 다 똑 같아. 저 여자의 동선따라 당신 눈이 그대로 따라가네."
"그래. 나라고 별 수 있겠니...... ㅎㅎㅎ"

이런 경우 주유기 색깔 확인 버릇 때문이라는 변명은 너무 궁색하다. 놀림을 그대로 수긍하는 것이 놀림에 의한 심적 갈등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