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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빠로서의 의무 하나가 이번주에 끝이 났다. 홀가분하지만 웬지 끈 하나가 끊어진 것 같아 허전하기도 하다. 지난 3년 동안 거의 매일 행해오던 의무였다. 바로 딸아이 등교시키기다.
(오른쪽 사진: "학교 혼자 잘 다녀올게")

딸아이는 2008년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해 현재 3학년 2학기에 다니고 있다. 기약없이 지속될 것 같았는데 마침내 딸아이는 이번주 목요일부터 혼자 등교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번잡한 사거리가 하나 있고, 큰 거리를 따라 가면 된다. 군데군데 신호등이 없는 사잇길이 있어 걱정스럽다. 갑자기 과속으로 튀어나오는 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학년과 2학년일 때는 엄마와 번갈아가면서 등교를 시켰다. 물론 주된 당번은 아빠였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새벽에 잠들면 방문에 "don't disturb"를 붙여놓는다. 이런 날은 엄마가 데리고 가는 날이다. 2학년을 마칠 때까지는 하교 때 학교에 가서 데리고 와야 했다.

3학년이 되자 엄마는 등교시키기 일을 일체 아빠에게 미루었다. 적어도 집안 일 중 전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하는 일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한 등교시키고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니 하루 운동량에 충분히 보탬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지난해 9월부터 매일 딸아이를 등교시키게 되었다.  

좀 더 일찍 혼자 등교할 수도 있었지만, 겨울철 어두운 아침 때문에 미루어졌다. 요즈음은 아침 7시면 사방이 훤하다. 그 동안 "30분이나 1시간만 더 잤으면 하루가 다 개운할 것인데"라며 진하게 아쉬워한 날들이 많았다. 딸아이 때문에 수업 받지 않는 학생이 되어버렸다.

이제 졸업을 하게 된 셈이다. 학교까지 동행하는 의무는 벗었지만 여전히 작은 과제가 남아있다. 사거리를 건널 때까지 침실 창문을 통해 딸아이의 동선을 살피는 것이다. 녹음이 짙게 들면 이 일은 절로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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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시키기가 귀찮아 짜증이 났을 때 "도대체 너는 언제 혼자 학교 갈 수 있나?"를 묻곤했다. 그 언제가 바로 이번주였다. 이렇게 우리 집은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 늦은 듯하지만 자력을 얻어가는 딸의 모습이 흐뭇하다. 혼자 학교에 등교하고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듯했다.

"봐, 나 이렇게 혼자 학교에 잘 가고 올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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