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1. 24. 07:48

지난 금요일 장모님이 계시는 시골 도시를 향해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시내 중심가를 빠져나가면서 옆 차선에 지나가는 차가 보였다. 그 차의 번호판에 써여진 "DOG"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순간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지나가는 차번호판을 보면서 단어놀이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저기 DOG 봐라!"
"어디?"

식구들은 개를 찾으랴고 두러번거렸다.

"도대체 개가 어디 있어?"라면서 옆에 앉은 아내는 잠시 후 불만 섞인 말투로 물었다.

"더 찾아봐."
"아빠, 말해!"
"저기 앞에 가는 자동차 번호판을 봐."

전혀 엉뚱한 답에 아내는 평소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봐라. 아빠는 항상 이래.
말을 하는 데 전혀 종잡을 수가 없어.
단 한 마디에 숨어있는 뜻을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어.
아빠는 우리 모두가 고성능 컴퓨터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든지 딱 한 마디 하면 우리가 재빠르게 뇌를 회전해 그 뜻을 알기를 바래.
DOG가 차번호판에 있을 것이라고 이 순간에 누가 생각이라도 하겠어?

DOG 말에
첫째 도로에 으슬렁거리는 개를 찾는다.
둘째 자동차 안에 타고 있는 개를 찾는다.
셋째 자동차 외관에 그려져 있는 개를 찾는다.
그런데 아빠는 차번호판을 생각하고 있어.
어느 정도 상대방과 비슷한 상황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해야지
전혀 다른 상황을 혼자 생각하면서 알아맞히라고 하니 힘들지.
아빠가 나이 먹어갈수록 의사소통이 점점 불확실해져가고 있어......"

DOG 말을 꺼낸 것이 후회스러웠다. 아, 늙어가고 있네(아빠, 늙었다고 생각하지 마).....

"절대로 차 안에서는 서로에게 불평 불만하지 말자. 방이 많은 집이라면 얼른 저 방으로 갈 수 있지만, 좁은 차 안에서는 어디 피할 곳도 없다."라고 큰 딸 마르티나가 개입하자 아내는 잠잠해졌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자동차 번호판은 앞부분이 철자 3개, 뒷부분이 숫자 3개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보는 사람의 언어 지식 여부에 따라 앞부분 철자 3개의 조합이 재미있어 관심을 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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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A를 보니 BoA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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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U를 보니 대우(DAEWOO)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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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