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1. 28. 07:25

이번주 초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대뜸 물었다.
"아빠, 일본어 할 줄 알아?"
"조금."
"아빠가 내 선생님이 되어줘! 제발!"
"무슨 선생님?"
"일본어 선생님."
"왜?"
"그러니까 우리 반이 이번주 금요일 일본 대사관에 갈 거야."
"그런데?"
"내가 가면 일본어를 한번 해보고 싶어."

반에서 동양인이 아빠인 아이는 요가일래뿐이다. 그래서 일본 대사관에 가면 당연히 친구들은 요가일래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요가일래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발동한 것 같았다.

어제 목요일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긴 연필을 주면서 지휘봉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이렇게 딸아이에게 일본어 선생님 놀이를 하게 되었다.

"알고 싶은 일본어 단어를 말해보세요."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요가일래입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칠판에 리투아니아어 글자로 일본말 인삿말을 썼다. 지휘봉으로 음절을 짚어가면서 딸아이에게 읽어주었다. 딸아이는 자신의 수첩에 이 말을 썼고 무슨 뜻인지 리투아니아어로 번역했다. 이렇게 배운 딸아이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언니와 엄마에게 반복해 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 우리가 11시에 가야 하는데 1분도 늦으면 안 돼."
"왜?
"일본 사람들은 아주 정확하다고 선생님이 말했어. 그런데 우리는 대우 아저씨네집에 항상 늦게 간다."
"그럴 때도 있었지."
"아빠, 우리 이번 설에는 꼭 제 시간에 대우 아저씨네집에 가자."

좌우간 일본 대사관을 방문하니 일본어 인삿말을 배우겠다는 딸아이의 생각이 기특하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