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0. 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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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컴퓨터 해!"
"아니."
"오늘 컴퓨터 안 했잖아."
"아빠는 내가 아빠처럼 안경 쓰면 좋아?"

9월 초 시력저하 진단을 받고 컴퓨터 하기를 멀리하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와 흔히 나누는 대화이다. 예전엔 하루에 아빠가 하는 시간만큼이나 컴퓨터하기를 좋아했는데 요즘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내년 1월까지 지불한 인터넷 한국어 학습사이트 사용료가 아까워서 가끔 하라고 재촉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컴퓨터하기 대신에 혼자 피아노치기, 탁구놀이, 그림그리기 등 여러 가지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 딸아이가 한 놀이가 재미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아빠, 국수 해줘!"
"조금 기다려. 하는 일을 다 마치고."
"아빠, 정말 배고파. 빨리 국수 해줘!!!"
요구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배고프다는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부엌으로 갔다. 책상 서랍장 위에는 국수를 먹기 위해 필요한 젓가락 모두가 놓여져 있고, 냉장고와 찬장에는 "!!!!!!!!!!! DO NOT !OPEN!"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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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니?"
"여기를 봐!"

MONEY TOO CHILDREN IN AFRICA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돈)
20ct or 50ct
PLEASE HELP THEM
(그들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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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ct면 너무 적은 돈이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찬장 문 하나를 한 번 여는 데 20ct 혹은 50ct(한국돈으로 약 220원)이다고 말했다. 국수를 끓이려면 찬장과 문을 수차례 열어야 한다. 협상을 해서 큰 동전을 지불하고 쪽지를 떼어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니?"
"큰 가게에서 보았어."
"너 자라서 정말 아프리카 어린이들 많이 도와줘."
"할 수 있으면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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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