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학교는 개학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건강진단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맘 때 미리 예약해놓지 않으면 종합진료소의 가정의사와 진료약속을 잡기가 무척 어렵다.
 
9월 2일 목요일 학교수업시간 30분 전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가정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모든 것에서는 별다는 이상이 없는데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 1년 전 진단을 받았을 때 양쪽 눈 모두 시력이 1.0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른쪽 시력이 0.9이고, 왼쪽 시력이 0.8로 나왔다. 시력이 저하되었다. 가정의사는 안과전문의를 방문할 것을 권했다.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아내는 건강진단 결과를 묻자 질책하듯이 "당신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왜 나 때문?"
"요가일래 시력이 저하되었어. 당신이 무한정으로 텔레비전를 보고 컴퓨터와 게임기를 하도록 그냥 해버려두었잖아."

아내의 주장이 사실이라 책임추궁에 강변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한 것에 대해 후회가 들었다. 안경을 쓴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생활하기에 불편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급히 "어린이 시력저하 원인"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텔레비전 보기와 컴퓨터 하기는 많은 이유 중 하나이다. 편식하기, 바르지 않는 자세, 누워서 책 읽기, 충분하지 않은 실내조명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년 동안 요가일래의 시력이 떨어진 결과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원인을 요가일래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젼과 컴퓨터를 가까이하게 한 나의 육아방식이라고 아내는 즉각적으로 판단했다.

당장 9월 2일부터 텔레비전 보기와 컴퓨터 하기 모두를 금지시켰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요가일래도 동의했다. 일단 당분간 시력회복에 대한 노력이 중요하다. 시력이 다시 1.0으로 회복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이날 저녁 당장 실내 전등도 더 밝은 것으로 교체했다.
 
벌써 이틀째 딸아이는 금지사항을 잘 지키고 있다. 막상 엄격한 금지조치를 취했지만 딸아이가 불쌍해 보여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마치 벌을 주고 있는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무엇을 하면서 긴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TV를 켜놓고 침실에 놀던 딸아이에게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놀이거점을 침실에서 집안 실내 복도로 옮겼다.  

구슬과 인형으로 한참을 놀다가 지겨워지자 책을 잡고 읽었다. 이틀 동안 지켜보니 TV와 컴퓨터를 하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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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딸아이에게 시력저하의 다양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단지 두 가지만 말했다. 편식하기와 TV보기가 바로 그것이다. 얼마나 오래 동안 딸아이가 금지조치를 잘 준수할 지 모르지만 일단 잘 따르고 있어 부모로서 기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