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0. 11. 26. 09:25

부산에 사는 에스페란토 친구가 겪은 일을 한국에스페란토협회 게시판에 올렸다. 이런 일은 널리 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친구의 허락을 얻어 아래 소개한다.

한 달 전이었다. 고향 남해에 갈려고, 일요일 아침 날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 집을 나섰다. 같이 가기로 한 형수 내외분 집으로 가는데, 골목길에서 왠 아주머니가 보따리를 들고 한쪽으로 비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내 차가 지나가자 갑자기 차 뒤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골목길이라 천천히 가던 차를 세우고 내려 뒤로 가 보았더니, 그 아주머니가 주저앉아 있었다.

나 : "괜찮습니까?"
아주머니 : "아이쿠, 놀래라... 나는 괜찮은디, 하두 놀래서 심정이 멎을 것 같네.
................등이나 좀 두드려 주시오."

나 : (안 두드려 주면, 그 아줌마 화나게 할까봐, 정성스럽게 등을 두드려 주며,) "어디 다친데
.................있으면, 병원에 가시지요?"
아주머니 : "놀랬지만, 괜찮아요. 그런데 이 보자기에 있는 도자기가 안 깨어졌는지 모르겠네."
................라며 주섬주섬 보자기를 풀었다. 그런데 잘 싸둔 도자기가 금이 쫙 가 있었다.

아주머니 : "이런, 큰 일 났네. 이거, 돈 만원 받고, 해운대까지 갔다달라는 심부름을 가는
................길인디, 우짜지요?"
나 : "도자기, 얼마하는데예?"
아주머니 : "모르지요, 심부름이라, 이거 유명한 도공의 작품이라 그러던데..."

마침 그 때, 형과 형수가 자기 집에서 나왔다.형님 : "무슨 일인데?"

나 : "차 뒤쪽에 부딪쳐, 도자기가 깨어졌다네요."
아주머니 : "어디, 가시나 본데, 그냥 명함이나 하나 주시면 제가 나중에 연락드릴께요."
................라며 보자기를 다시 정성스레(?) 쌌다.

나 : 명함을 건네며, "그럼 나중에 전화 주세요."

그날 아침 남해 가는 길에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 : ...그 도자기 수백만원 하면 우짜지...?
.
.
.
그런데 차와 부딪힐 때는 경황이 없어, 잘 몰랐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여러 가지였다.

나 : "새벽부터, 왠 심부름이람?, 금이 간 도자기를 왜 다시 정성껏 싸지?, 형님네가 오니, 왜
................그렇게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지?"

그래서 남해에 도착할 때쯤, 9시가 넘어 차 보험회사를 전화를 걸어, 도자기 깨진 것도 차 보험처리가 가능한지 문의하였다. 보험회사에서는 보험처리가 되니까, 연락오거든 보험 처리해 준다고 하라고 했다. 10시 쯤, 그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주머니 : "여보세요. 아침부터 놀래가지고, 집에 가서, 청심환 먹고 지금 누워있어요."

(((그런데, 공중전화라 통화요금 올라가는 소리가 난다.(?)...)))

아주머니 : "도자기 주인에게 아직 말도 못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나 : "아,.... 네, 가격이 얼마나 하지요?"

아주머니 : "이거, 한 쌍 세트로 34만원이기 때문에 하나는 17만원 해요."

(((아까는 가격을 모른다 그러더만...)))

나 : "그래요?, 그럼 차 보험으로 처리해 드릴게요."

아주머니 : "아니, 이거 얼마한다고 보험처리해요?, 겨우 17만원 하는 거, 도자기 주인에게
................보험처리하여 드린다면 좋아하겠어요? 제 입장도 생각 좀 해 주셔야지. 저도
................조심하지 못한 잘못한 것도 있고 하니 그냥 10만원만 보내소."
나 : "이런 일을 대비해서 보험 드는 건데요. 10만원이라도 보험으로 처리할게요."

(((아주머니 갑자기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아주머니 : "아니, 10만원 고깟짓 것 갖고, 보험처리해요. 너무하네 이 사람. 나 종교도 가졌고,
................비록 식당 설거지하며 먹고 살고 있지만, 10만원 갖고 그러지 않아요.
................그냥 현금으로 보내세요."
나 : "처리 안 해 주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목소리 높이지 마세요."

아주머니 : "이 양반.... 속고만 살았나. 그럼 내가 다 책임지고 도자기 주인한데 다 물어줄테니,
................잘 사소."

(((뚝뚝뚝---, 그러면서 갑자기 전화가 찰깍 끊어졌다.)))

그 뒤론 다시 전화 걸어오지 않았지만, 왠지 기분이 씁쓸하다. 그리 큰돈이 아니기에, 보험처리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일부러 차에 부딪힌 것 같았다. 이런 일은 누구나가 겪을 수 있는 일일 것 같아서 여기 올려본다.

누구.... 이런 경험 없나요?

이 세상에는 착한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기에, 남에게 속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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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