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7. 26. 06:17

달려라꼴찌님의 "초딩 1학년 딸의 고3 같은 여름방학 생활계획표"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생의 딸을 둔 아빠로서 참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생활계획표를 짜놓고 그기에 따라 공부했던 여름방학도 떠올랐다.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떻게 방학을 보내고 있을까? 한국의 또래아이들 여름방학 생활계획표를 알려주면 기절초풍을 할 것 같다.

먼저 여름방학이 아주 길다. 5월 28일에서 8월 31일까지 방학이다. 세 가지 방학숙제가 있다.

1. 300쪽 책 읽기
    책은 자유대로 선택한다. 책 한 권이 300쪽이면 한 권만 읽으면 된다.
    요가일래는 100쪽자리 책 세 권을 선택해서 벌써 다 읽었다.
2. 구구단 5까지 알기
   수학 숙제인데 구구단을 1-9까지 다 외우기가 아니고 1-5까지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3. 받아쓰기
   부모가 세 문장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불러주면 받아쓴다.


숙제라고 하기엔 너무 분량이 적다. 공부를 완전히 놓지 말고 공부의 실이라도 조금 잡고 있어라는 뜻이 담긴 듯하다.

그렇다면 생활계획표을 세우지 않은 요가일래의 여름방학 일상은 어떠할까?
아침 9-11시 사이에 일어난다. 요구르트 한 병과 빵 두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TV 보기, 인터넷 하기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인터넷 게임), 책 읽기, 인형 가지고 놀기, 그림 그리기, 그네 타기, 자전거 타고 산책하기 등을 번갈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밤 10시 30분경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이제 서서서히 잘 준비를 한다. 보통 밤 12시-1시에 아빠가 읽어주는 한국어 동화를 들으면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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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름방학 중 지금까지 요가일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랑스에서 온 레아와 에스페란토로 대화를 하면서 놀았던 일이다. (좌: 레아, 우: 요가일래)

이곳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의 기본 생각은 "방학은 방학이다."이다.  학년은 9월 1일 시작한다. 9월부터 다음해 5월말까지 쉬지 않고 학교생활을 했으니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여름방학을 보내라는 입장이다.  

'야, 공부 좀 해라."
"아빠, 방학이 왜 있는지 알아? 쉬라고 있는 거야. 학교가면 또 열심히 할 거야."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