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처조카 결혼식 피로연에 다녀왔다. 처조카는 러시아 축구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고 리투아니아 축구 국가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의 대저택을 1박 2일로 빌려 피로연을 열었다. 이날 피로연에 참가한 사람들은 양가의 가까운 친척과 동료 축구 선수들로 5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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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피로연이 열린 대저택 전경

피로연을 위한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는 동안 서먹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사회자가 나섰다. 사회자를 보니 평소 텔레비전에서 보던 유명한 MC였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그는 사람마다 한 단어만 사용해 신랑신부에게 축하의 말을 하라고 했다. 만약 두 단어 이상을 말하거나 앞에서 나온 말을 할 경우에는 벌칙이 부여되었다.

처음 몇 사람은 건강, 부, 승리 등등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런데 장모님 차례가 되었는데 장모님은 "행복한 삶"이라고 두 단어를 말했다. 노래부르기 벌칙이 따랐다. 리투아니아에서 10여년을 살았지만 노래시키기는 처음 겪어보아 상당히 의외였다. 장모님은 여걸다운 기질이 있는 데 이날은 처음 보는 대중 앞이라 아주 주저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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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신부에게 한 단어로 축원하는 놀이로 피로연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축원을 하는 동안 그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무슨 한 단어를 말해야지 궁리했다. 남들이 안 않을 것은 "한국(을 언젠가 방문하기를 바란다)"을 생각했다. 옆에 있던 8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생각한 단어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중 한 단어를 아빠에게 알려주었다.

"아빠, 이 단어를 말해."
"뭔데?"
"gerumo(좋음, 선)."

내 차례가 와서 딸아이가 속삭여준 "gerumo"를 자신있게 외쳤다. 통과되었다. 이어서 옆에 있던 요가일래는 어린이답게 "vaiku(아이들)"을 외쳤다. 결혼해서 많은 아이들을 낳으라는 기원을 전했다. 그런데 사회잔느 이 말은 반복된 말이라고 해서 요가일래를 앞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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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칙 받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벌칙으로) 노래할래? 춤출래?"
"둘 다 못해요."
"반드시 해야 돼. 약속이야."
"그럼, 노래할래요."

▲ 이날 요가일래가 벌칙으로 부른 노래  

많은 박수를 받았고, 요가일래는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얼마 후 요가일래는 부끄러움도 없이 사회자가 있는 쪽으로 가서 무엇인가 귀속말을 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요가일래 모습이었다.

"너, 사회자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했니?"
"아빠가 한 말은 아빠가 혼자 생각한 말이 아니고 내가 알려준 말이라고 말했어. 이제 아빠도 노래를 불려야 한다. 메롱~~~~"
"네가 고자질했네. 아이, 창피해." 황당하고 얄미워서 꾸짖을 말을 잊었다.
"뭐, 어때? 맞자나! 이제 아빠가 벌 받을 차례야."

"야, 그래도 어떻게 아빠를 고자질하니? 아빠가 벌 받는 것이 그렇게 좋아?"라고 아내가 한 마디를 했다.

군계일학이라 시선이 분명 나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만약을 위해 노래준비를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내와 요가일래 물어보니 "아리랑" 노래를 권했다. 순간 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란을 피해 잠시 산책하면서 가사를 떠올리기에 애썼다. 막상 준비해 놓으면 기회가 사라지는 법인가?

다행스럽게도 속속 음식이 식탁으로 배달되었고, 본격적으로 먹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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