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10. 5. 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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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벌써 벚나무의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지고 있을 것이다. 한국보다 위도가 높은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도 과연 벚나무가 자랄까? 자란다. 하지만 키가 크고 웅장하게 자라며,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왕벚나무는 자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네리스 강변에는 바로 이 왕벚나무가 자란다.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아직은 크게 자라지 않아 운치는 한국만큼 못하지만 그래도 벚꽃 피는 한국의 봄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어 가슴 설렌다. 자생하지 않는 왕벚나무가 어떻게 빌뉴스에서 자라고 있을까?

이야기는 9년 전인 2001년 10월 일본 외교관 지우네 스기하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열렸다. 일본 대사관 영사 스기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수천명의 유대인들에게 일본 통과사증을 발급해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당시 카우나스에서 소재한 일본 영사관 밖에서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고 있는 수 많은 유대인들을 바라보면서 스기하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본국 정부에 사증 발급 허가를 요청하는 전보를 쳤지만, 독일과 동맹을 맺은 일본 정부는 사증을 발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하지만 스기하라는 이 훈령을 무시하고 양심의 소리에 따라 유대인들에게 약 6,000개의 통과사증을 발급했다.  스기하라의 '생명의 사증' 덕분에 많은 유대인들은 소련과 일본을 거쳐 제3국으로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었다.

이 100주년을 맞아 빌뉴스 네리스 강변에 스기하라 공원을 조성해 기념비를 제막했고, 그 주변에 100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이 벚나무는 일본 북부지방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이로써 유럽에서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에 이어 일본 벚나무 공원이 조성된 세 번째 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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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시민들은 이 이국적인 벚꽃 공원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나무 아래에서 봄날의 햇볕을 즐기고 있다. 벚꽃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언젠가 빌뉴스에 진달래 동산도 만들어진다면 참 좋을텐데라고 상상해보았다.

* 최근글: 리투아니아에도 한국가수 팬클럽들 활발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