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낮온도가 영하 20도임에도 관광지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약 28km 떨어진 트라카이 성이다. 여러 차례 이 성(城)에 대해 글을 썼기에 낯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호수 안에 자리잡은 보기 드문 성이다. 얼음이 두겝게 얼었지만 혹시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간다면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수가 있겠다. 섬을 연결한 다리를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리 위에 쌓인 눈을 밟으면서 지나갈 때 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언젠가 이 눈 밟는 소리를 영상을 담는 데 실패한 적이 있었다. 도심의 한적한 거리에서 아내가 눈 위를 걸을 때 나는 소리를 담고자 했다. 이유는 똑 같은 소리이지만 한국 사람인 내가 듣는 소리와 리투아니아 사람인 아내가 듣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바로 어제 확실한 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래서 (장갑 낀 손이지만 굳어서) 힘들게 카메라를 주머니에서 꺼내 눈 밟는 소리를 영상에 담았다. 


 
눈 밟는 소리를 한국 사람들은 분명히 "뽀드득 뽀드득" 훅은 "뿌드득 뿌드득"으로 듣는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구륵쉬트 구륵쉬트"(gurkšt gurkšt)로 듣는다. 

이에 대해 글을 올리고자 할 때 한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 사람과 리투아니아 사람이 다르게 듣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유럽 사람들은 어떻게 이 소리를 표현할까 궁금했다. 페이스북 에스페란토 동아리에 즉각 질문을 올렸다. 여러 사람들이 응답해주었다.

- Alex: 스페인어로는 모르겠다. 아마 그런 표현은 없는 것 같다.
- Julien: 프랑스어로도 그 의성어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proutch proutch" (프루츠 프루츠)...
- Leland: 여친이 영어로 "crrrrritch crrrritch!"(크르르르리츠  크르르르리츠!)를 제안했다.
- Birgitta: 스웨덴어로 "knarra" (크나라; 첫 번째 모음 '아'는 아주 짧게 발음한다).
- Marcos: 브라질은 눈이 없다.
- László
: 헝가리어로 "csikorog"(치코륵).
- Ewa: 폴란드어로 "skrzp skrzp"(스크쉽 스크쉽)
- Jens: 덴마크어 "knirk, knirk"(크니릌 크니릌) .


이렇게 보니 같은 유럽 내에서도 모국어에 따라 눈 밟는 소리는 천차만별로 들린다.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어느 나라 언어의 의성어가 눈 밟는 진짜 소리에 제일 가까울까? [글 읽으신 분 중 다른 언어로 이 의성어를 알고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