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비를 동반한 번개와 천둥이 올해 처음으로 지나갔다.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은 천둥을 남성의 힘으로 간주했고, 천둥으로 하늘(아버지, 남성)과 땅(어머니, 여성)이 서로 결합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첫 천둥이 치고 난 후 여자들은 밭으로 가서 뒹굴면서 풍작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후 들어 날이 개이자 식구들은 일전에 다 못한 씨앗심기를 하려 친척집 텃밭으로 갔다. 지난 번 씨를 뿌린 들깨가 제일 궁금했다. 가보니 들깨 싹이 촘촘히 밖으로 나와 있었다. 고랑을 그렇게 깊지 않게 파서 심었는데도 불고하고 이렇게 싹이 잘 나서 좋았다. 풍작이 벌써 기대된다.

오늘은 강낭콩과 오이 씨앗을 심었다. 친척인 빌마가 먼저 오이 씨앗을 심을 고랑을 깊숙이 파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씨앗을 심는 일이 고랑을 파는 일보다 쉬운 데 왜 아무런 말없이 여자가 팔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랑을 파겠다고 하니 옆에 있던 아내가 끼어들었다. 지난 번 양파 씨앗을 여자들이 심었으니, 오늘은 남자들이 오이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 몇 해 전 시골 텃밭에서 양파와 오이 씨앗을 심던 일이 기억났다. 그때 덩치가 가장 큰 여자 친척이 혼자 양파 씨앗을 다 심었다.

당시 이유를 물은 즉 양파가 그것처럼 크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니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오이 씨앗을 심어야 하는 이유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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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리투아니아 남자들은 속옷을 입지 않고 오이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심지어 오이 씨앗을 다 심고난 후 남자들을 그 오이 밭에 눕도록 까지 했다고 한다. 이 모두 풍작을 위한 의식이다. 오늘 심은 오이가 얼마나 많이 크게 자랄까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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