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0. 3. 16. 07:48

갑상선 수술담당 의사는 입원-수술-퇴원에 약 4일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3월 8일 입원해서 3월 9일 수술을 했으니 3월 11일은 퇴원할 날짜였다. 그런데 3월 11일은 국경일이고, 대체공휴일제로 3월 14일까지 4일간 연휴였다. 당직의사에게 퇴원승인을 부탁해보았지만, 수술담당 의사가 출근을 하지 않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연휴를 이렇게 병실에서 묶여있는 꼴이 되었다.

덕분에 리투아니아 병원생활과 병원음식을 만 일주일 동안 꼬박 체험했다. 병동 복도를 보니 병실은 1인실, 2인실, 4인실이 있었다. 대부분 4인실이었다. 병실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tv나 라디오가 없었다. 처음엔 심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독서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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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박 8일을 보낸 병실

매일 아침 6시, 오후 4시, 저녁 8시경 간호사가 와서 체온을 측정했다. 필요 없음을 확인한 후 나중에는 방문이 없었다. 매일 아침 9시경 병실담당 의사가 서너 명의 전공의들과 함께 와서 이상여부를 확인했다. 매일 저녁 8시경 당직의사가 한 차례 더 병실을 방문해 확인했다. 이외에 병실을 찾는 사람은 아침 8시경 청소하는 사람, 그리고 식사를 담당하는 사람이었다.

환자 방문객들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은 이틀 건너 하루 딸이 방문해 잠깐 집에서 마련한 식사를 건네고 담소를 나누고 떠났다. 환자간호에 식구들도 불편할 것 같은데 병실에 있는 동안은 식구들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매일 방문하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 말렸다. 지인이나 친척도 방문하고자 했으나 사절했다.

수술 다음 날부터 병원음식을 먹었다. 꼭 5일을 먹었다. 8시 아침식사로 빵 두 조각, 버터 한 조각, 끓인 과일 차, 곡물죽 한 가지가 나왔다. 메밀죽, 보리죽, 쌀죽 등이었다. 12시 점심에는 볶음밥, 생선요리, 소시지, 삶아서 이긴 감자, 야채샐러드 등이었다. 간식으로 과자와 차, 또는 사과가 방으로 배달되었다. 17시 저녁에는 곡물죽이나 우유죽이었다. 죽은 그릇의 2/3로 적은 양이었다. 음식그릇이 질그릇인 것이 특이했다. 가장자리에 여기 저기 조금씩 깨어져 떨어져나간 부분이 있었지만 정감을 느끼게 했다. 거동을 할 수 있는 환자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첫날 병원음식이 부족할 것 같아 아내가 김밥을 만들어왔다. 이 김밥과 병원음식을 먹은 날 속이 아주 불편했다. 이후 일체 집에서 음식을 가져오지 마라하고 병원음식에만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조촐한 음식으로 보였지만, 육신 양식으로는 충분했다. 리투아니아 음식은 대체로 짠데, 병원음식 간은 있는 둥 마는 둥했다. 점점 식사시간이 몹시 기다려졌다. 그 동안 집에서는 거의 먹지 않았던 보리죽, 메밀죽 등이 참 맛있었다. 앞으로 집에서 자주 먹어야겠다.

찾아오는 이 거의 없고, 찾아오는 사람을 말리니 병실은 심산유곡 암자 같았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다가오는 글이 있었다. "우리가 공부와 사업을 잘 하려면 만사만리의 근본인 이 몸, 즉 색신여래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법신만 여래가 아니라 색신도 여래입니다. 색신이 죽으면 법신여래도 볼 수가 없으므로 색신여래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 대산종사법어 154쪽

어제 퇴원해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앞으로 주말에는 모든 컴퓨터 일을 다 놓고 산책이나 문화생활로 보낼 것이라고 선언하자 그렇게 좋아했다.  

갑상선 수술 관련글에 동생이 병원비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까지 와서 수술을 받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렇다면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7박 8일 입원해서 받은 갑상선 수술을 받는 데 들어간 비용은 얼마였을까?

유럽연합 리투아니아에도 사설 병원이 있지만 국가운영 병원에서는 사회보장제로 환자들은 금전적 부담을 지지않는다. 수술 후 약은 개인이 사야 한다. 이번에 수술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은 수술 후 근육보호대와 피부봉합 접착제를 구입하느라 한국돈으로 3만원을 지불했다. 물론 감사선물을 형편껏 준비하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병에 대한 불안감은 있어도 일단 수술비용에 대한 걱정은 없다. 이 점이 환자나 가족의 마음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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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