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0. 3. 15. 05:01

그 동안 매일 한 두 혹은 서너 개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지난주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바로 갑상선 수술로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2009년 11월 예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냈다. 목 앞부분에 압박감이 가끔 오고 목 안에 이물질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때로 통증이 없었다. 이 증상이 지속되자 우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유인즉 겨울철 중앙난방이 가동되면 집안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특히 목 부분에 이상 현상을 느끼곤 한다. 나 또한 오랫동안 목을 내밀고 컴퓨터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더 이상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11월에는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는 날이 많았다. 누워있으니 다소 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12월 중순 일단 혈액검사를 해보니 병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관련글: 5분 안에 나온 혈액검사 결과 믿어야 하나). 증상이 사라지길 바랐지만 아니었다. 그래서 한 해를 넘기기 전에 초음파검사라도 해보자고 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아프면 우선 관할지역 보건소에 있는 담당 가정의사를 방문한다. 인터넷으로 쉽게 진료를 예약할 수 있고 그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된다. 이 가정의사가 먼저 진료하고 증상에 따라 해당 보건소 전문의를 소개하고 검사를 지정해준다. 이런 절차를 밟으면 적어도 1-2주일은 쉽게 가버린다. 그래서 즉각 결과를 알 수 있는 사설 검사소와 의원을 찾았다.

12월 30일 초음파검사 결과로 왼쪽 목 부분 갑상선에 1.57cm x 1.97cm 결절이 생겼고, 혈액순환의 활성화는 결절에서 아직 보이지 않고, 석회화 성분을 동반한 혼합 에코발생도(mixed echogenicity)임을 알게 되었다. 내분비 전문의를 찾아갈 것을 권고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영어, 리투아니아어, 러시아어, 한국어의 무수한 웹사이트에서 갑상선 결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느라 새해 첫 날들을 보냈다. 아내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의사들을 평가하는 웹사이트에서 내분비 분야에 권위 있는 의사를 찾아 진료예약을 했다.

1월 4일 그를 찾아갔다. 역시 개인의원이라서 그런지 속전속결이었다. 초음파검사를 하니 결절이 2.6cm이었다. 일주일 동안 두 차례 검사에서 결절이 1.97cm에서 2.6cm로 나오다니 몹시 의아했다. 세포병리검사를 위해 세 번이나 세침을 찔러 세포를 채취했다. 한 방 크게 맞은 듯 목은 묵직해졌다. 이 날 저녁 관련정밀혈액검사 결과를 팩스로 받아보았다. 다음 날 세포검사 결과는 양성인지 악성인지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로써 우리 부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갔다. 권위 있는 의사로 알려진 사람에게서 이런 검사 결과를 받으니 앞길이 더 망망해졌다. 다음 방문에 그는 수술을 권했다. 불확실한 상태로 있는 것보다는 수술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세포를 검사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한인들에게 비타민D 농도 검사를 권한다

참고로 검사결과 혈중 비티민D 농도가 극소수로 나타났다. 햇볕이 강한 나라에서 태어난 나는 리투아니아 현지인보다 훨씬 더 오래 햇볕에 노출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제대로 산책하지 않은 결과의 과보를 받는 것 같았다. 특히 리투아니아의 겨울철 날은 짧아서 일조량이 적다. 아내는 건강이 회복되면 햇볕이 강한 남쪽 나라로 벌써 여행을 가자는 희망으로 갑상선 결절로 인한 우울감을 상쇄시키고자 했다.

내분비 의사는 갑상선 수술을 잘 하는 친구 의사를 소개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관할지역 보건소 담당 가정의사를 거쳐야 한다. 이 가정의사는 그 동안의 검사 결과를 보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과 함께 파견서를 작성한다. 이 파견서를 가지고 수술병원이 속한 보건소에 가서 수술절차를 밟는다. 이 때 그 동안 검사한 서류를 함께 제출한다.

수술의사는 손으로 갑상선 부위를 짚어본 후 그 동안 검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75% 양성에 대한 바람과 25% 악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당분간 살아가야 한다. 불안감뿐만 아니라 만약 암으로 발전할 경우를 생각한다면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적으로 권했다. 이렇게 수술의사를 찾은 것은 최종적으로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다시 한 번 더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 검사 결과만을 근거로 했다. 결절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수술 중 세포검사를 통해 만약 악성이면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고, 양성이면 반쪽만 제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주 후 수술 일정이 잡혔다. 막상 수술하겠다고 결정했지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어떻게 피할 길은 없을까에 생각과 노력이 집중되었다. 이때 한국 의사들은 어떻게 권할까 궁금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휴먼영상의학센터(관련글) 전문의상담 코너에 질문을 하니 아주 친절한 답변을 해주었다. 추가적인 조직검사를 권하고, 여포성 종양 가능성이 있다면 수술 치료가 적절하다고 했다. 양성 결절로 나올 경우 고주파로 제거하는 치료법이 있다고 했다. 수술날짜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주변 지인을 통해 초음파검사와 세침흡인 세포검사를 했다. 이번에는 빌뉴스대학병원 종양내과에서 했다. 하루 만에 나온 검사결과는 결절의 악성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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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병원신세를 한 번도 져보지 않았는데 영락없이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렵기까지 했다. 온갖 인터넷 문헌을 뒤지고 의료계 지인들의 도움을 얻었지만 수술은 피해갈 수가 없게 되었다. 두 번째 종양내과에서 실시한 세침흡인검사는 초음파기구를 지켜보면서 결절을 휘집어 세포를 채취했다. 엄청 아팠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검사결과가 나오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참았다. 그런데 결론은 첫 번째 세포검사처럼 악성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나왔다.

금요일 관할지역 보건소로 달려가 수술의사가 부탁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속성으로 받았다.

“아빠, 수술 무서워?”
“조금.”
“나도 수술했잖아. 예전에 내 엉덩이가 미끄럼틀 나뭇조각에 찔려서.”


8살 요가일래가 4살 때였다. 그때 전신마취를 했다. 전신마취를 한 후에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두려움이 제일 앞섰다. 이렇게 보니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고 건강을 되찾았다. 담담하게 수술에 임하고 운명에 맡기자라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수술날짜를 화창한 봄날로 미루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으나 걱정을 그 때까지 가져가는 것보다 당장에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아내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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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