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0. 3. 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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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을 즈음해서 늘 한국의 독립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리투아니아도 오랜 세월 동안 제정 러시아와 소련의 지배를 받았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소련 시대의 비밀경찰 KGB의 눈을 피해서 금서들을 펴낸 리투아니아인을 여러 해 전에 만났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교외에 살고 있는 비타우타스 안줄리스(79)이다. 그는 1980년 양봉을 하면서 민족주의자 워자스 바제비츄스를 알게 되었고, 이들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서적과 신앙심을 키우는 종교서적을 펴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각자 성의 첫 글자를 따서 'ab'라는 비밀인쇄소를 만들어, 1990년 리투아니아가 소련에서 독립할 때까지 10여년 동안 철저히 금지된 반체제와 종교 관련 서적들을 몰래 인쇄해 보급했다.

이 비밀인쇄소는 기막히게 숨겨져 있다. 비타우타스는 언덕 비탈에 위치한 온실에 시멘트 구조물로 수조와 묘목판을 만들었다. 이 묘목판 중앙에는 관수용 수도관을 세웠다. 이 수도관을 돌리면 기계가 작동해 수조를 이동시켜서 묘목판과 수조 사이에 틈이 생긴다. 이 틈이 바로 비밀인쇄소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는 2년에 걸쳐 30m 굴을 경사지게 파고 중간 중간에 철문을 세워놓았다. 비밀인쇄소는 지하 7m에 위치해 있다.

비타우타스는 고물 인쇄기 3대를 구해 직접 인쇄기 1대를 만들었다. 10년 동안 23개 책제목 138,000부를 찍었다. 가장 위험하고 아끼는 책은 1939-40년 스탈린과 히틀러가 발트 3국을 분할 점령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현재 당시 사용했던 인쇄기와 서적 등을 보존 전시해 방문객들에게 역사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근대 리투아니아 지배 체제로부터 탄압받은 출판 역사에 관한 많은 자료를 전시해놓았다. 그의 개인 박물관은 이제 리투아니아 국립 비타우타스 전쟁박물관 분원되었다. 당시 비밀경찰 KGB는 어디에서 누가 이런 금지된 서적들을 인쇄하는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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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인쇄소 입구 앞에서 비타우타스 안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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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타우타스(가운데), 비타우스 부인(오른쪽), 그리고 요가일래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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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타우타스님께 한국에서 가져온 기념품을 선물

일가족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금서를 펴낸 이유를 묻자, 그는 "총보다 인쇄물을 더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인쇄 일을 하는 내가 인쇄했을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를 만날 때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역사는 변화한다."고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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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