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초등 2학년생인 딸아이 요기일래는 새 노트를 하나 준비했다.

"너 뭐 하려고 새 공책을 준비했는데?"
"친구 빌리야를 위해 한국어 공책을 만들려고."


빌리야는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리투아니아인 친구이다. 요가일래는 이 공책 표지에 "Vilijos Korejietiskas zodynas" (빌리야의 한국어 사전)이라고 썼다. 그리고 아빠에게 한국어로 "빌리야의 것"이라고 써라고 주문했다.

요가일래는 한국어를 말할 줄 알지만 아직 한글을 읽고 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조만간 스스로 읽고 쓰는 데 흥미를 일으키도록 동기부여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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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정성스럽게 공책에 적고 있는 요가일래

이날 요가일래는 빌리야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불렀다. 아빠가 대신 쓰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요가일래는 이를 리투아니아어 발음대로 옮겨적었고 또 밑에 리투아니아어 뜻을 기재했다. 상단 왼쪽에 02-20 날짜까지 기재했다. 매일 단어나 문장을 써서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놀자, 놀지 말자, 저기 가자, 같이 놀자, 뭐, 잘 있어 등등 아이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요즘 요가일래는 소녀시대 노래를 즐겨듣고,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아예 자기 별명을 소녀시대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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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한국어 단어들을 적었고,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발음과 뜻을 적었다.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생각을 한 딸아이가 기특해서 열심히 도와주려고 한다. 아빠가 쓴 한글을 반복해서 보고 친구에게 가르치다보면 요가일래 스스로가 이를 읽고 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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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을 부러워한다.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언어이다. 자녀가 쉽게 여러 말을 할 수 있는 점이다. 요가일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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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모임에서 한국인 한 분이 요가일래를 보더니 물었다.
"따님 한국말 조금 하세요?"

마침 요가일래가 가까이에 오자 아빠가 물었다.
"너 한국사람이니?"
"나 한국사람이야! 왜?"라고 요가일래는 똑똑하게 한국어로 답했다.
(물론 엄마가 "너 리투아니아 사람이니?"라고 물으면 "나 리투아니아 사람이야"라고 답할 것이다.)

종종 노하우를 묻는 사람이 있다. 노하우는 없다. 방법은 딱 하나이다. 모태에서부터 아이와 무조건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여러 말을 섞어서 말하지 말 것을 권한다. (참고글: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그런데 너 왜 빌리야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하는데?"
"다른 친구들이 못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 비밀어가 필요하니까."


한국어를 비밀어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알고 있는 언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줌으로써 그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