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 13. 07:34

어제 학교에서 수업 받고 있는 큰 딸로부터 급한 휴대전화 쪽지가 왔다.
"빨리 요가일래에게 전화해!"

"무슨 일인가?! 요가일래는 벌써 학교에서 돌아와서 방 안에서 혼자 잘 놀고 있는데"라고 생각하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그래도 쪽지가 왔으니 전화를 해보았다. 요가일래가 집에 왔으니 당연히 어딘가에서 그의 휴대전화에서 소리가 울려야 하는 데 울리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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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실했다가 다시 찾은 요가일래 휴대전화

학교에서는 휴대전화를 늘 진동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그대로 놓아두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호음이 가는 동안 옷, 가방 등에서 전화를 찾아보았다. 얼마 후 누군가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집 어딘가에 있어야 할 전화가 왜 다른 사람이 갖고 있을까?

"마당에서 휴대전화기를 주어서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고 한 여자분이 말했다.

요가일래에게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했다. 요가일래는 아파트 가까이 와서 장갑을 벗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 순간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밑으로 떨어진 것 같다. 쌍인 눈 때문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벌써 수년 된 전화지만 요가일래가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주워서 찾아준다는 착한 사람이 나탔으니 참 다행스러웠다. 아내는 답례로 무슨 선물을 해야 할 지 찾느라 분주했다. 여기 사람들도 남에게 신세지면 꼭 무엇인가를 갚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형제들이 집안일을 도와주어서도 늘  무엇인가를 답례한다. "이번엔 네가 도와주고, 다음번엔 내가 도와주고"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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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인 아내가 학부모들로부터 받는 선물. 원두가루 커피(중앙)는 거의 빠지지 않는 선물이다.

집안에 있는 물건 중 선물로 적합한 것은 커피 원두가루가 담긴 한 봉지였다. 이 커피 원두가루 봉지는 과거 만능 답례품 중 하나였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러 갈 때, 아이의 선생님을 찾아갈 때, 권한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러 갈 때 기타 등등 최고의 답례품이었다.

당시 일반인들은 원두를 직접 가루를 내어서 커피를 타마셨다. 이미 가루로 된 커피를 컵에 넣고 물만 부어서 마시는 아주 편리한 이 제품은 그야말로 사치품에 해당되었다. 아내는 이 커피를 볼 때마다 그 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한다.

이제 심부름은 아빠가 할 차례였다. 휴대전화를 주운 사람은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적십자사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사무실 계단에 미리 나와 있던 그 분에게 인사했다.

"딸아이의 휴대전화기를 찾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여기 선행에 대한 답례입니다."
"뭘 이럴 것을 다 주시고요. 잘 마시겠습니다."

선물 받기를 약간 주저했지만 그 사람의 손제 집어주고 얼른 계단을 내려왔다.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이렇게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여자분의 선행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요가일래가 학교에 가기 전 휴대전화를 찾느라 우리 집은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결국 찾지 못하고 아침부터 온 식구의 기분이 안좋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댓가로 커피 한 봉지는 너무 초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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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