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12. 19. 09:39

세상에는 우리 집 식구 네 사람만이 알고 있는 단어가 하나 있다. 무엇일까? 이는 리투아니어도, 한국어도, 에스페란토도, 영어도 아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단어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빨리 배우고, 가장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단어가 욕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 단어는 욕에서 비롯된 무국적 단어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1년 큰 딸 마르티나가 한국에 갔다. 당시 아홉살이었다. 또래의 한국인 사촌들과 아파트 놀이터에 여러 차례 놀려갔다. 어느 날 마르티나가 신경질을 부리면서 내던진 말이 바로 이 단어였다. 그런데 아무도 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냐고 마르티나에게 물으니 놀이터에서 한국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왜 이 단어를 모르냐고 되물었다.

마르티나가 말한 단어는 바로 '시키마'였다. '시키마'가 대체 무슨 말일까?

5세부터 음악학교에 다닌 마르티나는 또래 아이들보다 음을 정확하게 듣는다. 외국어 단어라도 뜻은 모르지만 정확하게 듣고 따라서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런 마르티나가 한 '시키마'는 정말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한 동안 '시키마'는 화두로 남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무엇일까를 곰곰히 추론해보았다. 시옷으로 시작하는 단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욕은 쉽게 배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상대방을 경멸해서 부를 때 흔히 사용하는 "이 새끼야!"의 '새끼'라는 단어가 아닐까?

'새끼'와 '시키마'는 완전히 닮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시키마'의 마는 어디서 나왔을까? 혹시 '임마'의 '마'가 아닐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끼 + 임마 = 시키마 ?

결론적으로 '시키마'는 마르티나가 당시 놀이터의 한국 아이들이 자주 말한 "(이) 새끼야!", "(야) 임마!"를 옆에서 많인 들운 후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르티나는 이 '시키마'를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마르티나가 부탁을 해서 남이 빨리 안들어 주었을 때나 신경질이 나서 소리를 지를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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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와 요가일래는 종종 '시키마' 단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한다.

이 '시키마' 단어는 이제 작은 딸 요가일래에게도 전수되었다. 가끔 아내도 사용한다. 이젠 리투아니아 사람인 처남들까지도 사용한다.

이렇게 한국 단어의 "새끼"와 "임마"가 마르티나에 의해 "시키마"로 변했다. 마르티나의 리투아니아 친구들도 이 단어를 자연스럽게 배워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은 이 단어가 한국어 단어라고 믿고 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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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