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보행 스님을 만났다. 보행 스님은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한국불교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계룡산 무상사에 있으며, 잠시 고국인 리투아니아를 방문하고 있다. 그는 리투아니아 유명한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이었으나, 이를 접고 1999년 한국으로 건너가 서울 화계사에서 불교 수행을 시작했다.

그때 10월 15일 현각 스님이 빌뉴스에서 설법을 한다고 소식을 접했다. 현각 스님은 한 번 만나지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예일대학교에서 서양철학과 문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재학시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1년 출가했다. 자신의 구도기인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펴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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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각 스님의 설법회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교사회관에서 10월 15일 열렸다.

15일 저녁 7시 빌뉴스 중심가에 위치한 교사회관에서 열리는 설법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내와 7살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갔다. 벌써 남녀노소 100여명이 강당을 꽉 메우고 있었다. 설법 시작 전 한인들을 본 현각 스님은 다가와 인사를 했다. 물론 흠잡을 수 없는 한국말이었고, 우렁찬 목소리가 돋보였다. 한국 선불교를 전하기 위해 독일에 주재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를 순방하고 있다고 했다.

연단에는 탁자가 두 개 그리고 의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설법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두 스님이 의자를 밝고 탁자로 올라갔다. 그리고 결가부좌로 탁자에 곧곧하게 앉았다. 이 결가부좌 자세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두 시간 내내 흩트려짐이 없었다. 한 마디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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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출신 현각 스님 (왼쪽), 리투아니아 출신 보행 스님 (오른쪽)

먼저 보행 스님이 리투아니아어로 자신의 한국불교 귀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서 현각 스님은 영어 선에 대해 말했다. "선은 쉽다. 선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진실한가를 아는 것이다. 선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참된 나를 알아내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내 이름은 어머니가 지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름 짓기 전 나는 누구인가? 선은 본래의 성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불교도이든 기독교이든 울을 터고 인간으로서 서로 만나고 교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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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초유스는 현각 스님 설법을 영상에 담았다.

그는 설법을 시작하자 마자 법장을 쳐들면서 "이것을 보느냐?", 법장을 내리치면서 "이것을 듣느냐?"라고 영혼을 건드리는 목소리로 청중들에게 물었고, "이것으로 오늘 설법은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그는 우렁찬 목소리와 알아듣기 쉬운 영어로 여러 일화를 소개하면서 선에 대해 설명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경청했고, 그의 사자후는 질의응당까지 1시간 반이나 이어졌다. 이날 그의 설법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은 편집이 되는 대로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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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왜 눈이 하나 떨어져 나왔을까?", "네가 답을 찾아야지!"

집에 돌아오자 과연 얼마나 이해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7살 요가일래는 현각 스님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각 스님이 직접 그려준 그림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보겠다고 했다. 아내는 이날 선물 받은 숭산 스님의 저서 "선의 나침반"을 읽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에게 아주 좋은 계기가 된 현각 스님의 설법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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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가부좌에  흩트러짐 없이 현각 스님은 다양한 표정들과 함께 설법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현각 스님은 빌뉴스에서 리투아니아 불교도들에게 3일간 용맹정진 선훈련을 지도하고, 이웃 나라 라트비아로 가서 법을 전할 예정이다. 한국불교를 수행해 그 가르침을 푸른 눈의 유럽인들에게 전파하는 푸른 눈의 스님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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