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우리 집에 한 바탕 난리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지난 여름 남자친구의 영국 대학 진학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르티나는 영국으로 갈 기회를 찾았다.

11월 1일과 2일은 국경일이다. 이때를 즈음해 학교는 일주일간 임시 방학이다. 이때를 위해 저가 비행기표를 지난 8월에 사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결국은 이 전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면 수업을 빼먹야 한다. 마르티나는 2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를 자기 용돈으로 구입해놓았다. 그리고 부모가 구입해준 1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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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 두 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새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 가까워지자 집안에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엄마는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1주일 체류는 이틀 수업, 2주일 체류는 칠일 수업을 빼먹게 된다. 엄마는 처음에에 완강히 거부했다. 이해할 만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반 친구들 중에는 심지어 한 달 수업을 빼먹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해외여행 갔을 때 직장 근무일을 빼먹었던 일을 지적했다.

"어차피 가는 것을 허락한 이상 1주일은 적다. 당신이라면 1주일이 좋겠나? 2주일이 좋겠나? 학교를 빼먹는 것이 가장 큰 유감이지만, 공부는 반드시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보내주는 김에 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마르티나가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하니, 빼먹은 수업을 나중에 열심히 보충하도록 하면 된다. 가끔이지만 자식에게 감동 주는 부모가 되는 것도 좋겠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하듯이 결국 아내도 받아들었다.

어제 아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여행을 떠나듯이 분주하게 마르티나 영국 여행을 위해 환전, 여행자 보험, 휴대전화 국제로밍 등 일을 했다. 저녁에는 가족 송별 피자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마르티나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 여행 기간은?
- 2주일이다. 10월 14일에서 28일까지.

- 왜 가니?
- 새로운 나라를 구경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할 대학교를 미리 가보는 것이다. (마르티나는 남친따라 영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 학교는 모두 몇 일 빼먹니?
- 수업일로 7일이다.

- 어떻게 보충할 것이니?
- 빼먹을 수업 내용을 다 복사했다. 남자친구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공부할 것이다.
(공부를 정말 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복사까지 한 것을 보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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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먹을 수업 내용을 복사해서 여행 가방에 넣었다.

마르티나의 여행에서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남자친구와 둘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6개월 후면 만18세 성인이 된다. 마르티나는 "이모는 16세에 시집 갔고, 외삼촌은 17세에 장가를 갔다. 내 나이에 엄마도 있다. 알 것은 안다. 하지만 난 학업과 경력을 가장 우선시한다. 25세 이후에 결혼할 것이다."고 확언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듯 엄마는 여행 떠나려는 딸에게 "피임하는 것 꼭 잊지마!"라고 말했다. 딸은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 알아!"라고 씩 웃으면서 답했다. 좀 어색하지만 이런 문제를 엄마와 여고생 딸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만큼 딸이 다 자랐음을 뜻한다. 아뭏든 딸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미래에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교를 잘 둘러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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