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9. 8. 23. 07:5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중고차를 사려면 어떻게 살까? 우선 인터넷을 뒤진다. 왜냐하면 중고차 시장에 있는 많은 차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차를 사려고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시간을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에서 보냈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 차주와 만나서 직접 몰아보면서 차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렇게 몰아본 차만 해도 15대나 되었다. 이는 꼼꼼한 아내의 성격 탓에도 기인하지만 차종에 대한 부부간 의견불일치도 한몫하게 되었다.

리투아니아에서 팔리고 대부분의 중고차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지에 온 차들이다. 한편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미국에서 오는 중고차도 많다. 가격이 싼 반면에 자동차 안전검사를 통과하려면 유럽기준과 달라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서 사람들이 구입하기를 꺼린다. 미국에서 오는 차의 주행거리는 독일 등지에서 오는 차의 주행거리보다 짧은 장점도 있다.

특히 독일 중고차 중 연식이 4-6년인 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의 주행거리는 20만km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독일의 고속도로 주행을 실감나게 한다. 리투아니아 인터넷 광고를 보니 50리타스(2만원)만 주면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컴퓨터 정보도 조작해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중고차의 주행거리를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흔한 말대로 중고차를 사는 것은 복권을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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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중고차 매매장 - 불황으로 중고차가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은 리투아니아에서 최초로 구입한 차이거나 리투아니아에서 몇 년 간 운행되어 온 차를 선호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차를 거의 살 뻔했다. 보통 판매자는 만난 후에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판매자는 며칠 간 여러 차례 전화가 왔다. 사실 마음에 들었다. 가격 흥정도 가능했고, 만족스러운 정도까지 내려갔다. 그래서 전화해서 구입의사를 밝혔고, 다음날 같이 차량검사할 것을 제안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구입 희망자의 비용으로 차를 매매하기 전에 전문업체에서 차량상태를 검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5만원에서 25만원까지 한다. 하지만 이 판매 희망자는 자기 차의 온전한 상태에 자신하면서 차량검사를 꺼렸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다른 사람이 자기 차를 구입하기 위해 온다고 하면서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황당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전에 바로 전날 인터넷에 올린 차를 보러 빌뉴스에서 약 50km 떨어진 다른 도시로 갔다. 가격이 좀 높았지만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차를 타고 있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전화가 왔어 관심을 나타냈다. 이러다가 이 차를 당장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주는 당시 영국에 있었고, 그의 아내가 대신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차량검사를 하고 매매를 확정짓기로 했다.

컴퓨터로 차량검사를 한 전문가는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르는 가격에 한국돈으로 1백만원 정도 깍아준다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영국에 있는 차주와 통화해서 가격을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우선 당일 차주의 은행계좌로 입금하고, 차량 서류와 차를 인수 받기로 했다. 그리고 소유권 이전은 차주가 리투아니아로 돌아온 후인 토요일에 자동차 등록소를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만약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차주의 집을 직접 방문했고, 또한 차량번호까지 적으면서 송금 목적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차주가 현장에 없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A4 종이에 자동차 매매 쌍방합의서를 작성했다. 차주의 아내로부터 동절기용 타이어를 덤으로 받아서 흡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금요일 저녁 내내 토요일 자동차 등록소 방문건에 관해 차주의 아내에게 여러 번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또한 아내는 장모님과 대화를 한 후 불안한 마음이 한층 더 가열되었다. 사람을 너무 믿었던 것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이 정말 가시적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까? 차주와 그의 아내가 잠적하고, 그 차량이 지명수배되었거나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라면 자동차 등록 결격사유가 된다. 그러면 지불한 돈은 날라가고 차까지 돌려줄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끔직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내는 등꼴이 오싹하고, 식은 땀까지 흘렸다.

가슴 철렁한 불안감은 1시간 후쯤 진정되었다. 혹시 자동차 등록소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차량 조회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아내는 검색해갔다. 결과는 구입하고자 하는 차량은 등록 결격사유가 없는 차량으로 적혀 있었다. 이어 밤 12시가 넘어 차주의 아내로부터 쪽지가 날라왔다.

"남편을 맞이 하기 위해 공항에 갔는데,그만 전화기를 집에 놓아두어 연락을 받지 못해 미안해요. 내일 아침 9시 자동차 등록소에서 만나요."

다행히 이런 좋은 사람들 덕분에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다음 번 중고차를 살 경우에는 차량 조회부터 먼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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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