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에 여름방학을 한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심심해 죽을 맛이다. 방학이면 학교에 가지 않으니 부모와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이라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방송분야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아빠는 여름철이면 낮시간이 길어서 촬영꺼리가 겨울철보다 훨씬 많아 바쁘게 지낸다. 6월 초순내내 서울에서 온 피디와 함께 리투아니아 전역을 돌아다니느라고 딸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이어서 중순부터 조금 전까지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또 다른 일을 했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번역하고, 편집하고, 조판 작업만 했다. 274쪽에 달하는  에스페란토로 된 책이다. 평소 존경하시던 분이 지난 해 이맘 때 돌아가셨다. 그분의 1주기인 7월 4일을 맞아서 후학들이 추모문집을 만드는 데 번역과 컴퓨터 조판작업을 맡아하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가 컴퓨터 조판한 책의 한 부분

번역하고, 사진 고르고, 다시 컴퓨터 조판하는 데 생각보다 엄청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방학에 아빠와 같이 한글, 천자문 등 여러 것을 같이 배우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났는데도, 아빠는 여전히 바쁘다. 딸아이가 일어나 보면 아빠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고, 자러갈 때도 아빠는 여전히 컴퓨터에 눈을 응시하고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다.

어제 아침 일어난 딸아이는 아빠 방 책장 옆에서 종이를 꺼내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었다. 심심하니까 그림을 그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딸아이는 아래 그림을 아빠에게 건네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된 "HIMNERA" (힘내라)라고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데스크탑, 노트북 모두가 빨간색으로 X로 금지 표시를 해놓았다.
"아빠, 힘내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 하지 말고 우리 같이 놀자!"
최근 딸아이가 무엇인가를 부탁할 때마다 아빠가 빨리 일을 끝내야 마음껏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 거절해야 했다. 그래서 딸아이는 "힘내라"라고 응원하고 있다.
"아빠를 이해해줘 고마워~"
오늘 아침 딸아이가 일어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내나 공원으로 산책을 가야겠다.

* 관련글: 21C 세계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