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9. 5. 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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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일요일 리투아니아 대통령 선거가 이었다. 투표하러 가는 아내를 따라 딸아이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투표장에 갔다. 투표장에 들어가는 엄마에게 딸아이는 낮은 목소리로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를 찍어야 해!"라고 말했다. 밖에서 딸과 둘이서 엄마를 기다렸다. (사진출처: http://grybauskaite2009.lt/ 화면)

"너 왜 조금 전에 엄마에게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를 찍어라고 했니?"
"예쁘니까."

맞다. 이번 대통령 선거엔 모두 7명의 후보자가 나섰다. 3명이 여성이었다. 그 중 금발에다 처녀에다 제일 미인이 바로 그리바우스카이테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소속인 그리바우스카이테는 정당을 기반으로 다른 쟁쟁한 후보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69.08%라는 역대 대통령 선거사상 최다득표율로 당선되었다. 리투아니아 언론들은 동양무술의 1격으로 모두를 물리쳤다라고 표현했다. 갑자기 왜 동양무술이 나왔을까 궁금해졌다. 이 동양무술은 혹시 태권도가 아닐까? 찾아보니 그는 가라테 검은띠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그의 이번 대통령 당선으로 금발과 노처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1격에 부순 셈이다. 금발에 대한 통상적인 이미지는 예쁘지만 머리가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노처녀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는 집안의 뒷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금발이지만 똑소리 나고, 노처녀이지만 유럽연합의 여걸(집행위원)인 그리바우스카이테를 7살 딸아이는 벌써 닮으려고 한다.  


         ▲ 당선 소감 기자회견 (리투아니아어는 유럽어에서 가장 오래 된 언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단호하고 전투적이고 거침없는 그의 언변을 듣고 있으면 예쁘고 연약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것을 쉽게 느낀다. 일에 대한 정열적인 집중과 과감한 언변의 배경에 가라테의 검은띠가 숨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외국 언론들은 리투아니아에 '철의 여인'이 등장했다고 썼다. 이는 영국을 위기에서 구한 대처 전 총리에 견주어 말한 것이다. 이 '철의 여인'의 등장으로 독점으로 단맛을 본 세력이나 재벌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그는 부당한 독점과 재벌에 맞설 것이라 선언했다. "이제 놀면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낮에 시간이 없다면 밤에도 일을 해서 성과를 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소련시대에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이렇게 일에 대한 열정과 성취욕이 넘쳐나는 사람을 보니 무척 놀랍다. 아무튼 어떤 특정 정치세력이나 특정 지역의 지지 대신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리투아니아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부강한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기를 바란다.

* 관련글: 최초 여성 투표권 나라, 여성 대통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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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냐, 금발이냐 - 여성들 뿔났다

Posted by 초유스